동방박사들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1475),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우피치 갤러리 소장
이 그림은 보통 ‘자노비 제단화(Zanobi Altarpiece)의 동방박사 경배’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 안쪽,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앉아 있습니다.마리아는 푸른 망토를 두르고 있고, 아기 예수는 벌거벗은 몸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본보고 있습니다. 요셉은 뒤쪽 바위 위에 기대어 조용히 장면을 바라봅니다. 화면 중앙에는 나이 많은 동방박사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그는 예수의 발에 입 맞추듯 몸을 깊이 숙이고 있습니다. 손에는 선물이 들려 있고, 얼굴은 경외감으로 가득합니다. 주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둘러서 있습니다. 왕족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들, 젊은 수행원들, 귀족들, 병사들까지 각기 다른 표정과 자세로 이 장면을 바라보니다. 어떤 사람은 진지하게 응시하고, 어떤 사람은 서로 대화하며, 어떤 사람은 막 도착한 듯 보입니다. 보티첼리는 단순히 성경 이야기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당시 피렌체 사회의 분위기까지 그림 안에 넣었습니다. 실제로 메디치 가문 사람들의 얼굴이 모델이 되었을 가능성도 자주 이야기됩니다. 왼쪽 아래에는 말을 붙잡고 있는 젊은 인물들이 보이는데 그들의 화려한 옷과 부드러운 얼굴, 섬세하게 흐르는 옷 주름은 보티첼리 특유의 우아한 스타일을 보여 줍니다. 오른쪽 인물들은 거의 행렬처럼 늘어 서 있습니다. 핑크색 망토, 푸른 망토, 황금빛 옷들이 서로 대비되며 화면 전체에 리듬을 만듭니다. 배경의 폐허도 중요합니다. 무너진 건축물은 오래된 세계의 끝을 상징하며 그 위에서 예수의 탄생과 경배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암시합니다. 천장 위쪽에서 빛이 내려오고 있는데 그 빛은 직접적인 태양빛이라기보다 신성한 계시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화면 전체가 조용히 빛나는 분위기를 가집니다. 보티첼리의 인물들은 해부학적으로 강한 육체를 보여주기보다, 우아한 선과 시적인 분위기에 더 집중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도 극적인 사건이라기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의식처럼 느껴집니다.